야외 촬영은 계절과 장소를 빌려 쓴다. 강이 있고 나무가 있고 그날의 하늘이 있어서, 인물 뒤가 저절로 채워진다. 스튜디오에는 그런 것이 없다. 흰 벽 앞에서 화면을 채우는 것은 표정과 자세, 그리고 조명뿐이다.
크리에이터 희본의 판교 스튜디오 세션은 그 조건을 전제로 설계됐다. 배경이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세트를 나눠야 했고, 하루를 셋으로 쪼개 성격이 다른 세 종류의 컷을 확보했다.
트롬본은 크고 무겁고 프레임의 절반을 차지한다. 인물 사진의 기준으로 보면 방해 요소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필 촬영은 악기를 빼고 진행한다. 하지만 연주자의 프로필에서 악기를 빼면 남는 것은 그냥 인물 사진이다. 그 사진으로는 이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악기를 넣기로 하면 조명 설계가 달라진다. 황동은 반사가 강한 소재라 라이트를 정면에서 때리면 벨 부분이 하얗게 날아가고, 각도를 잘못 잡으면 조명 기구가 그대로 비친다. 반사가 곡선을 따라 흐르는 각도를 찾는 작업이 이 세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마우스피스에 입술이 닿는 순간의 클로즈업과 슬라이드가 완전히 뻗은 와이드는 각각 다른 세팅에서 나왔다.
두 번째 세트는 실무용이다. 크리에이터가 가장 자주 요구받는 이미지는 화보가 아니라 프로필 사진이고, 프로필 사진은 쓰이는 곳마다 필요한 비율이 다르다. 채널 프로필은 정사각형에 얼굴이 중앙에 있어야 하고, 섬네일은 가로로 잘려도 표정이 남아야 하며, 소개 페이지에는 상반신이 들어간다.
그래서 정면, 측면, 상반신을 각각 나눠 찍는다. 세 각도를 한 번에 확보해 두면 이후 1년 동안 새로 촬영할 일이 없다. 손을 모아 시선을 얼굴로 모으는 자세, 턱을 괸 각도, 시선을 비껴 둔 컷은 모두 같은 조명 아래에서 자세만 바꿔 담았다. 조명을 유지한 채 자세를 바꾸면 톤이 통일된 세트가 나오고, 세트로 묶인 사진은 채널에서 일관되게 보인다.
"배경이 없는 곳에서는
준비한 만큼만 남는다."
카메라를 바닥으로 내리면 표정이 달라진다. 서 있을 때와 누웠을 때 사람의 긴장도가 다르고, 렌즈와 얼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표정을 만들 여지가 줄어든다. 남는 것은 그 순간의 얼굴이다.
이 세트를 하루의 맨 뒤에 배치한 것은 의도적이다. 세 시간을 함께 보낸 뒤에야 나오는 표정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바닥에 눕는 것과, 반나절을 같이 촬영한 팀 앞에서 눕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촬영 순서 자체가 연출의 일부인 경우가 있고, 이 세션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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