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은 서울에서 스냅 촬영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공원이다. 오월이면 들꽃마루에 양귀비가 피고, 주말에는 같은 자리에 카메라가 줄을 선다. 그래서 이 촬영의 과제는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아는 장소에서 남들과 다른 사진을 남기는 것이었다. 스튜디오의 빛은 장비로 만들 수 있지만 야외의 빛은 만들 수 없다. 대신 계획할 수는 있다. 하늘이 가장 파랗게 오르는 시간, 공원의 버드나무가 초록으로 차오르는 계절, 구름이 프레임을 지나가는 몇 분 — 야외 로케이션에서 헌팅의 대상은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다. 크리에이터 인경의 올림픽공원 화보는 촬영 날짜와 집합 시각까지 빛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같은 올림픽공원도 오전 열한 시와 오후 다섯 시는 전혀 다른 장소다. 정오의 빛은 머리 위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눈 밑에 그림자를 만들고, 늦은 오후의 빛은 옆에서 들어와 얼굴의 입체를 살린다. 로케 헌팅에서 스팟 목록만큼 중요한 것이 각 스팟의 적정 시간대이고, 이 두 가지를 겹쳐 놓아야 하루의 동선이 나온다.
로우 앵글도 계획의 일부였다. 카메라를 낮추면 뒤의 아파트와 도로가 프레임에서 빠지고 하늘만 남는다. 도시를 지우는 데 후보정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원피스 자락이 바람을 받는 타이밍과 구름이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순간이 겹치면 셔터가 내려간다. 우연처럼 보이는 컷일수록 앞에 놓인 계산이 길다.
항공 컷을 찍던 드론이 우연히 담은 장면이 있다. 감독이 앵글을 잡는 동안 크리에이터는 그 앞을 걷고 있다. 야외 촬영에서 대기 시간은 필연적으로 길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표정의 질을 결정한다.
현장에서 "웃으세요"라고 주문하지 않는 것이 디바인 촬영 팀의 방식이다. 주문으로 만든 표정과 저절로 나온 표정은 사진에서 구분된다. 대신 상황을 만든다. 걷게 하고, 꽃을 쥐게 하고, 말을 걸고, 그러다 표정이 열리면 그때 렌즈가 다가간다. 시간이 더 걸리는 방식이지만 남는 컷의 수준이 다르다.
들꽃마루의 주황 양귀비 구간에서 촬영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췄다. 꽃 앞에서는 자세를 지시하지 않아도 사람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그 움직임 안에 쓸 만한 컷이 여러 장 들어 있다. 이 구간에서 나온 미소가 결국 완성본의 마지막 장면이 됐다. 디렉팅의 결과가 아니라 현장의 공기가 만든 표정이다.
촬영 원본은 본편 53클립과 드론 8클립. 여기서 화보 필름과 브이로그를 포함해 네 편이 나왔고, 타이틀과 크레딧 모션을 얹어 완성했다. 영상과 별개로 사진 보정본도 함께 전달해 채널에서 바로 쓸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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